
The Four Seasons of a Duke
[세르시온] 분홍빛 소원
하늘이 파랬다. 흰 구름이 평화롭게 흘렀고, 그 아래에는 분홍빛 벚꽃이 만발해 있었다. 이따금씩 살랑대는 바람을 타고 작은 꽃잎들이 느릿하게 공중을 유영하는, 따스하고 화창한 어느 봄날.
봄에는 역시 벚꽃놀이를 가줘야 제 맛이라는 한국인의 혼을 가진 시온은 언제나처럼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지껄이며 세르펜스의 손을 잡아끌고 지루한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줄줄이 늘어선 커다란 벚나무 아래, 세르펜스가 좋아하는 달콤한 간식들과 함께하는 소박한 피크닉이었다.
"꽃 진짜 예쁘다. 그쵸, 세르펜스? 나오길 잘했죠?“
"집무실에서 보는 벚꽃과 뭐가 다르다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군.“
"에이, 그러지 말고요. 아무튼 낭만이란 게 없다니까! 이 살랑이는 봄바람과 머리 위에 펼쳐진 구름 같은 꽃들을 보세요. 이렇게 꽃비도 맞고 얼마나 좋아요? 집무실 창문으로 보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니까요!“
스으읍, 하아아. 시온이 유난스럽게 두 팔을 벌리며 큰 소리로 심호흡을 했다. 공기 조오타!
그런 시온의 호들갑을 익숙하게 무시한 세르펜스가 그의 말대로 구름처럼 몽실몽실 모여 있는 분홍빛 벚꽃들을 힐긋 올려다보았다. …음, 어떤 느낌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고심에 빠진 세르펜스의 위로 천천히 떨어진 꽃잎 하나가 기다란 속눈썹 옆의 눈가를 살포시 스치고 지나갔다. 꽃과 함께 있으니 더 아름다운 세르펜스의 미모에 감탄하며 그 모습을 감상하던 시온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세르펜스, 그거 알아요? 떨어지는 벚꽃잎을 붙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요.“
"소원?"
세르펜스가 눈을 깜빡였다. 별 것 아닌 동작임에도 빛나는 얼굴의 힘을 입고 귀여움으로 돌변해 훅 치고 들어온 탓에 시온은 잠시 눈과 입을 꾸욱 힘주어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네, 소원이요."
"고작 꽃잎 하나에 그런 힘이 있을 리가……."
"에이, 뭘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세요! 터무니없는 소리인 걸 누가 몰라요. 이건 그냥 미신이라고요, 미신. 재미삼아 하는 이야기! 여기도 그런 거 있잖아요?“
"음…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말인가?"
"맞아요, 그거! 참고로 그건 제 세계에도 있는 말인데, 여기에도 있다니 신기하네요. 아무튼 그런 거예요!"
"…그런 건가?"
시온이 허리에 양손을 짚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진실을 이야기해도 믿음이 가지 않게 하는 기이한 능력을 지닌 그에게서 미심쩍은 시선을 거둔 세르펜스가 여전히 하늘하늘 흩날리고 있는 꽃잎들을 바라보았다.
소원.
소원이라.
아무리 빌어도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 체념하고 순응한지 오래인 세르펜스에게는 조금 낯선 단어였다. 마지막으로 소원을 빌어본 게 언제였더라. 신 룩스메아께 기도를 올리는 것 또한 소원을 비는 것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둘의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말로 형용하기에는 어렵지만, 무척이나 큰 차이가.
"한번 잡아볼래요?"
상념에 빠져 있던 세르펜스를 깨운 것은 시온의 태평한 목소리였다. 시온은 에잇에잇 하며 허공에 몇 번인가 손을 휘적이다가 아무것도 잡지 못한 손을 펴고서 가볍게 흔들어보였다.
"이거 생각보다 어렵다고요. 왜 그런 미신이 생겼는지 알 만하죠."
흐음. 세르펜스는 텅 빈 시온의 손바닥을 잠깐 보다가 다시 공중으로 시선을 돌렸다. 순하게 처진 눈초리가 순간 날카롭게 변하더니, 곧 흰 손이 번개와 같은 속도로 짧게 휘둘러졌다.
헉, 저것은?! 시온의 머릿속에 낚싯대 장난감을 쫓아 냥냥펀치를 날리는 고양이의 이미지가 뭉실뭉실 떠올랐다. 떠오른 이미지가 팔을 휘두르는 세르펜스와 정확히 겹쳐지는 장면을 보며, 시온이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어 입가로 가져갔다.
싱크로율 200%……!
소리 없는 외침이 내면에서 울려 퍼졌다.
"잡았다, 선우."
세르펜스의 여상한 부름에 시온의 머릿속을 점령해나가던 고양이의 영상이 풍선 터지듯 퐁 사라졌다. 퍼뜩 딴생각에서 빠져나온 시온은 잠시 정신을 놓았던 동안 끊어졌던 사고의 끈을 재빨리 이어붙이고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음, 그러니까 지금 세르펜스가 뭐라고 말한 거지? 잡았다고?
과연, 세르펜스의 손에는 분홍빛의 벚꽃잎 한 장이 가녀리게 붙잡혀 있었다.
…음. ……음? 어? 시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게 쉽게 잡기 있어요?!"
난데없이 배신감에 휩싸인 눈빛을 받게 된 세르펜스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잡아보라기에 잡았는데 뭐가 문제지?"
"이런 건 수많은 실패 끝에 겨우겨우 성공해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성취감과 기쁨을 느껴야지 제 맛이라고요! 그렇게 쉽게 성공해버리면 재미도 감동도 없잖아요!"
"꼭 그래야만 소원을 빌 수 있는 건가?"
"그건 아니지만요, 으으으…! 아무튼 잡긴 잡았으니까 얼른 소원이나 비세요. 그러는 동안 저도 꼭 잡아 보일 겁니다! 두고 보세요!"
시온은 그리 말하고는 의욕적으로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참으로 열심히 애쓰는 모습에 감동해 한 번쯤은 잡혀줄 만도 하건만, 한없이 작고 여린 꽃잎은 잡힐 듯 하다가도 손짓이 일으키는 바람을 타고 요리조리 잘도 도망 다녀 쉬이 잡혀주지를 않았다.
시온이 연신 공기만을 잡아채는 모습을 가만히 구경하던 세르펜스는 곧 시선을 내려 손에 쥔 벚꽃잎을 빤히 응시하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무엇을 빌어야 할까. 빌고 싶은 것이 있기야 하지만 시온이 저렇게나 열정을 불태우며 폴짝이는 모습을 보니 빌고 싶은 것이 또 새로 생겨서,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을지 갈등이 되었다.
꽃잎을 두 장 잡으면 소원도 두 개를 빌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좋겠는데. 세르펜스는 이따가 시온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보드라운 꽃잎을 손가락 끝으로 조심조심 만지작거렸다. 소원을 비는 데에 시간제한 같은 건 없겠지. 있더라도 그때 가서 다시 잡으면 그만이다.
조용히 결론을 내린 세르펜스는 꽃잎에서 눈을 거두고 아직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투 중인 시온을 바라보았다. 잔뜩 집중한 얼굴은 꽤나 진지해서 답지 않게 멋있었지만, 다물려 있던 입술이 서서히 벌어져 오기로 악문 이가 드러나고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여 다채로운 표정의 소유자인 평소의 시온으로 돌아오기까지는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세르펜스가 고민을 하든 말든, 온 신경을 떨어지는 벚꽃잎에 집중시키며 인내심을 가지고 끈기 있게 한참동안 애를 쓰던 시온은 자꾸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꽃잎에 짜증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결국 으아악 소리를 내지르며 울분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 세르펜스를 휙 돌아봤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잡은 거……!"
억울함 가득한 어조로 외치던 시온의 시선이 세르펜스의 머리 위에 틀어박힘과 동시에, 크게 터져 나오던 목소리가 빠르게 멎어들었다.
"…선우?"
어리둥절한 세르펜스의 부름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크게 떠진 눈으로 몇 초간 멈춰서 있던 시온이 다급히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시선은 여전히 세르펜스의 머리 위에 고정된 그대로였다.
"세르펜스, 거기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세요!"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세르펜스는 당황해서 눈을 끔뻑이면서도 시키는 대로 착하게 몸을 굳혔다. 영문도 모른 채로 얌전히 굳은 세르펜스에게 척척 다가온 시온이 슬며시 손을 뻗었다.
머리 위로 향하는 손에 세르펜스는 혹시 쓰다듬기라도 해주려는 건가 싶어 무심코 설렜지만, 뻗어진 손은 그의 기대를 배신하고 청은빛 머리카락 위에 사뿐하게 얹혀 있던 분홍색 벚꽃잎을 아주 조심스럽게 떼어내 가져갈 뿐이었다.
멀어지는 손을 황망하게 바라보다가 자신이 방금 무슨 기대를 했는지 깨달은 세르펜스가 몰아치는 부끄러움에 화드득 귀를 붉혔지만, 다행스럽게도 시온은 현재 자신의 손에 들린 꽃잎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기에 그가 한 착각을 눈치 채지 못 했다.
"잡았다!"
세르펜스가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사이, 시온이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세르펜스는 심호흡을 한 번 해 열을 가라앉힌 뒤 태연하게 말을 꺼냈다.
"그건 떨어지는 것을 잡은 게 아니라 이미 떨어진 것을 잡은 게 아닌가."
"땅에 떨어진 게 아니니까 세이프죠! 솔직히 이 정도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선우스러운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한 시온이 희희낙락하며 물었다.
"그런데 소원은 비셨어요?"
"그 전에 물어볼 게 있다만, 선우."
"뭔데요?“
"꽃잎을 두 번 잡으면, 소원도 두 번 빌 수 있는 건가?"
그 말을 들은 시온이 내심 기뻐하며 미소 지었다. 소원이 여럿 있는 것은 흔하다 못해 사람이라면 당연하기까지 한 일이지만, 세르펜스는 그간 그런 욕망들을 거세당한 채로 자라왔으니. 긍정적인 변화에 기쁠 수밖에 없다.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쑥쑥 바르게 잘 성장하고 있는 내새끼의 모습이 대견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시온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그런 생각과는 반대로 매정했다.
"아니요, 안 돼요."
그럼 사기잖아요! 시온이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지워낸 뒤, 그 자리에 단호함을 채워 넣었다. 세르펜스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보통 사람이면 모를까, 세르펜스는 아주 쉽게 잡잖습니까. 그게 되면 밸런스 붕괴죠."
"그렇군……."
불쌍한 아기고양이 같은 자태에 시온이 잠시 홀렸다가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의도치 않은 미인계에서 빠져나왔다. 저 얼굴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물론 세르펜스가 나쁜 소원을 빌 리도 없고, 세르펜스의 소원이 많이 이루어지는 건 정말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 밸런스 파괴였다. 애 버릇이 나빠질지도 모르니 안 된다. 비는 소원이 너무 많으면 효력이 약해질 지도 모르니까, 음! 엄금!
끝내주는 합리화를 마친 시온이 단호한 부정을 듣고 다시금 고민에 빠져드는 세르펜스를 힐끔 보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새삼스럽게 참 천사 같이 아름다운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그걸 잘 아는지 이따금씩 얼굴을 이용해먹는 솜씨가 천사라고 하기에는 몹시 요망했지만, 애초에 천사가 아닌 고양이니까 어쩔 수 없지. 고양이는 요망해도 된다. 하고 싶은 거 다 해, 자학이랑 과로 빼고.
혼자 잡생각을 하다가 작게 웃어 보인 시온은 꽃잎을 쥔 손을 다른 손으로 감싸 쥐고서 그 위에 살포시 이마를 맞대고 눈을 감았다. 빌고 싶은 소원이야 많긴 하지만, 하나만 고르기가 매우 힘들 정도로 하나같이 간절한 소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향긋한 봄바람이 살갗을 간지럽히는 지금 이 분위기 속에 잠겨 빌기 좋은 소원으로는 역시 이게 제일이었다.
시온이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본 세르펜스도 마음을 정하고서 슬그머니 시온이 한 자세를 똑같이 따라하고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잠시 뒤에 시온이 눈을 떴고, 머지않아 세르펜스도 눈을 떴다.
그리고 세르펜스는 눈을 뜨자마자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표정의 시온을 마주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제가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시온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물었다. 세르펜스는 그간 시온을 봐오며 쌓인 경험을 통해 눈치 좋게 그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뭘 빌었지, 선우?"
"비밀입니다!"
하? 하는 소리가 들릴 것처럼 세르펜스의 미간이 구겨졌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시온은 요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시시덕거리며 팔랑팔랑 벤치로 걸어가 털푸덕 앉고서 기지개를 쭉 켤 뿐이었다.
"알려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물어봐주길 바란 거지?"
"그러는 세르펜스는 어떤 소원을 빌었는데요?"
무시당했다. 세르펜스는 불만스레 시온을 쏘아보면서도 옆자리를 툭툭 치는 손짓에 따라 종종 걸어와 자신도 벤치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선우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빌었다."
"진짜요?"
"내가 거짓말을 왜 하겠나."
시온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놀란 강아지 같은 얼굴을 본 세르펜스의 미간에 자리 잡고 있던 주름이 저도 모르게 스르륵 사라졌다. 시온은 한동안 그대로 굳은 채 눈을 끔뻑이며 세르펜스를 바라보더니, 돌연 흐물흐물 입꼬리를 허물어뜨리며 웃기 시작했다.
"소원 두 개 중에 고민하다가 결국 고른 게 그거예요? 아구 기특해라. 아주 잘 컸다! 누가 키운 건진 몰라도 정말 잘 키웠네, 장하다 장해!"
"또 그 소리인가. 그보다 아까 물었던 것에 대한 대답은 언제 해줄 거지?"
"에이, 이런 건 원래 서로 한 번씩 물어봐주는 게 예의라고요! 알려줄까? 알고 싶지? 궁금하지? 하고 유혹하다가 비밀이라고 하면서 약 올리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요. 국민적인 룰입니다!"
"…처음부터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는 얘기로군. 나는 알려줬는데, 치사하다. 선우."
토라진 세르펜스를 보며 깔깔 웃어대던 시온이 좀처럼 멈추질 않는 웃음을 피식피식 흘려보내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제 소원이 이루어지면, 그때 말해드릴게요."
즐거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 혹은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다는 듯, 꽃가루 같은 간질간질함을 한가득 담은 환한 미소가 시온의 얼굴에 걸렸다. 개구쟁이 햇살을 닮은 미소였다. 일순간 시선을 빼앗긴 세르펜스의 귓가에, 밝은 목소리 뒤편으로 어디선가 쿵쿵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리는 것도 같았다.
"…약속이다."
"네, 약속이에요!"
히히 하고 웃는 소리가 스치는 곳마다 현실감이 조금씩 스러져서, 얽은 손가락에 느껴지는 온기가 마치 꿈결처럼 느껴졌다.
세르펜스는 이 현상이 무엇 때문인지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
단지, 봄바람이 불었다.
벚꽃의 향기는 옅었다. 너무나도 옅고 흐려서, 마치 처음부터 그 꽃에 향기 같은 것은 없는 양 했다.
하지만 그때만큼은 달랐다. 그때 두 사람의 코끝을 스치고 간 봄바람에 실려 있던 분명하고도 확실한 향기는, 분홍빛 가득 머금은 벚꽃의 향기임이 틀림없었다.
시나브로, 소망을 담은 꽃잎의 색을 닮아 수줍기만 한 분홍빛의 어린 감정이 마주 잡은 손끝에서 싹을 틔우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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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펜스, 그때 기억나요? 몇 년 전이었더라, 딱 저렇게 벚꽃이 예쁘게 피었던 봄에요. 우리 둘이서 벚꽃 보러 나들이 갔었잖아요."
"꽃잎에 대고 소원을 빌었던 그 날 말인가?"
"네, 맞아요. 역시 기억하고 계시네요."
"그때 이야기는 갑자기 왜 꺼내는 거지?"
"그때 약속했잖아요. 제 소원이 이루어지면, 제가 뭘 빌었는지 알려드리겠다고."
"그걸 지금 알려주겠다는 건가?"
"네. 갑작스럽지만,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다가 또 이렇게 둘이서 벚꽃을 보고 있으니까 문득 생각나서요."
"…그래서, 그때 빌었던 소원은 뭐였지?"
"막상 말하려니까 좀 쑥스러운데, 으음… 그러니까, 세르펜스가……."
"…….“
"…세르펜스도, 저와 같은 마음이기를."
"……."
"그렇게 빌었어요."
"…결국 우리 둘의 소원은 모두 이루어진 거로군."
"…히히, 그러네요! 그게 미신이 아니라 진짜였나 봐요."
"그렇다면, 이번에도 소원을 빌어보는 건 어떤가?"
"좋아요! 신성력 쓰기 없기예요, 세르펜스."
"그럼 선우도 그때와 같은 편법은 쓰지 말도록."
"에엑?! 그거랑 이건 다르죠! 치사펜스! 아, 잠깐 기다려요! 간식 들고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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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펜스와,
선우와,
언제까지나 함께하며 행복할 수 있기를.
-Fin.